포키와 프레츠의 날ポッキー&プリッツの日
2022. 11. 15.

1111. 포키와 프레츠의 날ポッキープリッツの. 통칭 포키데이.

 

흔히 일본의 고등학생들이 으레 과자회사의 상술이라 생각하듯, 보통의 범주에 속하는 모리 아키라 또한 별반 다르지 않았다. 그야, 주고 받을 만한 사이의 이성이라 해야 소꿉친구인 카가미 미루나, 학생회 소속의 선후배 동기정도지만 중요하다고 생각해본 적은 없었기 때문이다. 214일의 발렌타인 데이나 314일의 화이트 데이에 비하면 임팩트가 적다는 것도 한 몫 했다.

 

"그게, 그렇게 중요한가..."

 

하지만 방년 19. 졸업학년의 가을을 맞이하고 있는 그에게는 조금 달랐다. 낙엽이 지고, 날씨가 쌀쌀해지면서 정신없이 학기고사와, 수행평가, 동아리 활동, 그리고 학생회가 주관하는 온갖 이벤트의 회의 일정이 몰아치는 와중이였지만, 심란하게도 그러했다. 포키데이가 일주일 남은 시점, 고사 준비를 위해 모여서 공부를 하던 2살연하의 소꿉친구에게 던진 한마디가 발단이였다.

 

"...왜 시험은 끝나지 않는 걸까, 아키라?"

 

"그래도 곧 방학이잖아. , 여기 3x..."

 

"아키라 선생님 모드."

 

펜을 빙글 돌리며 어려워하는 부분을 가르쳐주고 옆에서 제 몫의 공부를 하던 중, 얼굴에 들이밀어진 핸드폰의 스크린에 띄워진 '1111, 포키데이에 사랑을 전해보세요!' 라는 문구에 깊은 생각 없이 상술이야, 라고 한 게 충격이였을까. 움직이던 손을 멈추고 끼긱, 소리가 날 것 처럼 움직이는 카가미 미루의 모습은 흡사 마리오네트를 보는 것 같다고 훗날 모리 아키라는 회상했다.

 

"...아키라는 포키데이에 관심 없어?"

 

"난 딱히. 단 걸 안 좋아하는 것도 있고, 줄 사람도 없고... 무엇보다 시험이잖아. 인터하이 시즌도 맞춰서 끝나니ㄲ...

미루?"

 

", 관심 있는데."

 

, 이건 실수다 라고 생각했을 때는 이미 늦었다. 시무룩해진 표정으로 기가 죽어서, 책상을 펜으로 톡톡 두드리는걸 보면 그의 10년에 달하는 오랜 소꿉친구 경력으로 봤을 때 토라진 것이 분명했다. 최근에 같이 시간을 보내지못한 것도 한몫 했을지도 모른다. 학생회, 시험 준비, 검도 동아리 대회 관련 준비가 겹쳐 방과후에도 오랫동안 기다리게 하는 일이 잦아 먼저 가라고 한 것도 두달 전. 보통 같이 하교하던 것에 비해 최근에는 3일에 한번정도 하교후 시간을 같이 보냈다.

 

"...너무해, 정말... , 아키라가 바쁘니까, 이런 이벤트로..."

 

서운한 속내를 내보이며 울먹이던 이를 달래려고 하는 것도 들어먹지 않고, 그저 저녁이 되어서야 시간이 늦어 집으로 돌아가서, 불완전연소로 사건이 끝나버렸다. 2-3일 정도는 서운해하겠구나, 생각했던 것이 큰 오산이였음을 깨닫는 건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불완전연소가 아니라, 여전히 불타고 있었다는 것도.

 

학교에서 만날 타이밍이 적은 것도 적은 것이지만, 종종 미루의 반 앞을 지나갈 때면 혹시라도 있나 창문 새로 슬쩍 확인해도 그 연한 크림색의 머리카락은 한 자락도 보이지 않고, 자주 이야기하는 것 같던 반 친구에게 카가미가 있냐고 물어봐도 방금 전까지 있었다 라는 대답만 돌려받기를 n.

 

모리 아키라는 그렇게 둔한 사람은 아니였다...

 

'...이거 피하는 거지?'

 

당연하게도, 사람을 대놓고 피하는 카가미 미루의 행보에 뭐라고 하고 싶어도 일단 그 얼굴을 봐야 말을 하지않겠는가. 시간표를 확인해서 쉬는시간에 틈을 내 찾아가도 없다는 대답만 돌려받고, 다들 하교하는 방과후 시간에도 이미 하교했다던지, 혹은 라인으로 [오늘 할 일이 있어서 먼저 갈게!] 라는 메시지 하나만 톡, 던져졌다.

 

.

 

.

 

.

 

그리고 현재.

 

그는 학생회실에 앉아 회의록을 정리하는 일을 하면서도, 여전히 의문을 풀지 못해 깊은 고민에 빠져있었다. 당일날 사과를 했고, 사과를 받겠다고 했지만... 누가 봐도 아닌 모습이 아닌가?

 

"..."

 

"...말이 있으면 말로 해라, 이 멍청아. 독심술 없다."

 

"할 말 없거든."

 

옆에서 회계작업을 하던 마농 리샤흐가 시비가 털렸다는 표정으로 어이없어 하는 것이 슬쩍, 보였지만 그에게는그게 중요한 게 아니였다. 몸은 해야할 일을 하고 있지만 머릿속은 온통 복잡한 생각으로 가득해서, 어떻게 이 일을 수습해야 할지 감도 안 잡히는 상황이였다. 사과를 해도 안 받는다. 만날 수도 없다. 무턱대고 집에 찾아가기엔 소꿉친구라고 해도 미루 쪽에서 피곤해서 보기 싫다고 대답한다면 좀, 많이 힘들 것 같았다.

 

"리샤흐."

 

"?"

 

사각사각, 두 사람의 손과 눈은 서류에 고정되어 맡겨진 업무를 담당하면서도 입은 다른 이야기를 꺼냈다.

 

"포키데이라는게 그렇게 중요하냐?"

 

"...?"

 

"그게... 중요한 이벤트였어?"

 

마농 리샤흐 또한 얼척이 없는 상황이기는 마찬가지였다. 언제나 싸가지 없는 얼굴로 인수인계를 빙자한 갈굼을 시전하고, 제 일처리를 하는 모리를 보니 평상시의 컨디션 그대로인가 싶다가도 며칠 내내 묘하게 다른 곳에 정신이 팔려있다는 느낌이 사라지지 않았다.

 

포키데이? 포키데이라면...

 

"연애상담?"

 

"아니."

 

"아니면 네 소꿉친구인 카가미?"

 

"..."

 

포키데이는 상술이지, 하고 덧붙이는 목소리는 무심했다.

 

보통의 고등학생들이 생각하는 그 이미지 그대로 내뱉는 것이 잘못은 아니지 않은가? 지금 그녀에게 중요한 것은 저 백발의 악마에게 포키데이가 중요한지, 중요하지 않은지 주장하는 것이 아니였다. 이 수많은 계산을 끝내서 인수인계를 하루 빨리 끝내는 것이였다.

 

하지만... '' 모리 아키라와 고등학교 3년 내내 같은 반, 같은 학생회 소속이였던 그녀로서는 저 상태가 계속되면 모리 아키라가 본인을 갈구거나 다른 사람에게 웃는 얼굴로 엿을 먹일 것을 잘 알았다. 심기 불편함을 남들한테는 티를 내지 않고 그냥 팩트로 갈기는 녀석이니, 자신에게는 여과없이 피해가 그대로 올 거라는 걸 경험을 통해 알고있었다.

 

"포키 받고 싶나보지."

 

"...! 누구한테, 좋아하는 남자애한테?!"

 

드르륵, 당황한 듯 벌떡 일어나 버럭 외치는 모습은 팔불출에 가까웠다. 마농에게 미루가 좋아하는 사람이 있는 거 알았냐, 누구냐, 본인이 아는 사람이냐 묻는 모습은 꽤...

 

'...멍청이 아니야, 이거.'

 

멍청했다.

 

새삼 본인에게 저런 소꿉친구가 없다는 게 축복이라는 걸 실감하며 고개를 들진 않았다. 할 일은 많았으니까.

그녀에게 속사포처럼 던지는 질문에 어, , 그래, 몰라, 알겠냐를 반복하며 기계적으로 맞받아쳐주다보면,아키라는 얼마 지나지 않아 진정한 듯 다시 제자리에 앉아 펜을 들었다.

 

"...좋아하는 사람이 있었어..."

 

'그거 너다, 눈치없는 놈아...'

 

익숙하게 무시할 수 있었다. 3학년의 마농 리샤흐라는 사람은 이 쌍방삽질의 두 남녀 사이에 낄 생각이 없었다.

그것도 본인이 보기엔 고등학교 들어오고 얼마 되지 않아서 무자각으로 삽질중인 두 사람이라면. 한 쪽은 자각하고 마음앓이를 하고, 한 쪽은 자각도 못한 채 그냥 당황하고 있고. 연애상담가가 장래희망이 아닌 만큼 깊게 끼어들고싶지 않은 마음이 컸다.

 

"포키데이라는게, 친한 사이에서도 주고 받기도 하니까 하나 사서 주던가."

 

"하긴, 미루는 디저트나 단 걸 좋아하니까..."

 

'네가 주는 걸 싫어할 것 같진 않다만.'

 

...답도 없었다.

 

***

 

그렇게 고심 끝에, 모리 아키라는 방과후에 포키를 하나 사가기로 했다. 다른 사람들이라면 모를까, 토라진 것이 눈에 훤한 만큼 화해할 겸, 좋아하는 디저트도 같이 사가는 게 어떨까 하는 생각이였다. 마침 이야기를 들어보니 포키데이를 빌미삼아 디저트가게에서 막대과자 형태의 한정판 디저트도 종종 판다는 모양이였다.

 

'전 날에 미리 사서, 학교에서 주거나 시간이 안 된다면 직접 집에 방문해 주고 가는 게 낫겠지.'

 

...

 

디저트 카페에 남자 고등학생 혼자 들어가서 디저트를 사가지고 온다는 행위가 부끄러울 만도 하지만 그에게는 제법 익숙한 일이였다. 같이 갈 사람이 없다는 이유로 미루와 동행하거나 먹고 싶다고, 부탁받은 것이 있어 별별 핑크핑크한 디저트 카페에도 방문한 전적이 있었기 때문이다.

 

"어디, 포키가..."

 

", 포키데이 한정판이라면 이쪽입니다~ 여자친구 주시려고요?"

 

"..."

 

경험상 이럴때 아니라고 하면 더 귀찮게 굴었다. 고개를 끄덕이고 나서, 쇼 윈도우를 통해 수제 포키들을 확인했다.

꽤 화려한 모양새였다. 기성품 포키들과는 달리 초콜렛의 색이 여러가지였고, 그 위에 뿌려진 스프링클이나 작은데코들, 리본들이 화려한 것이 난 달라요, 라고 자랑이라도 하는 듯.

 

뭘 좋아할 지 몰라 잠시 고민하고 있으니 직원이 웃으면서 잘 나가는 디저트를 추천해줬다. 한정판이라 오늘 수량은 얼마 안남았다는 정보까지. 평소 잘먹는 디저트 류를 아는 만큼, 그 것과 비슷한 것으로 골라 선물용으로 포장한 뒤,하얀 종이가방에 담아 들었다.

 

만날 수 있을 지는 모르겠지만.

 

***

 

"그래서..."

 

"."

 

"...어머니가 그냥 여기 있으라고 했다고?"

 

"."

 

"나 없는데?"

 

"!"

 

가방을 들고, 포키는 냉장고에 봉투 채로 넣어두고 방에 올라오니... 학교에서 보려고 해도 보이지도 않던 친애하는 소꿉친구가 침대에 앉아 발을 까딱이고 있었다. 나름 콧노래도 부르면서 흥얼거리고, 핸드폰도 만지작거리다 저랑눈이 마주치자 그대로 멈추더니 생글 웃는 걸 보면 평상시 모습 그대로였다.

 

당황도 잠시, 왜 여기에 있는지 물어보니 그의 어머니가 '어머, 아키라 곧 있으면 올 텐데 들어가서 쉬고 있으렴.' 라고 하셨다고 전하는 미루의 얼굴은 상쾌함 그 자체였다. 이런 분위기에서 왜 피했냐고 물어볼 수 있을까? 전혀...

 

분위기를 못 읽는 눈치 제로의 인간은 아니였다, 모리 아키라는.

 

"..."

 

어이, 어떡할거냐 이 어색한 분위기.

 

미묘하게 시선을 피하는 눈치. 웃는데, 웃는게 아닌 미세한 얼굴 근육의 떨림과 대화 중간 중간에 생기는 정적이 그렇게 싸늘할 수가 없었다. 시선은 자꾸 자기 짐 쪽으로 향하고, 핸드폰을 톡톡 만지는 게...

 

...차라리 포키, 지금 주자. 그는 내일 주려고 해도 못 볼 수도 있겠다 라는 생각이 들었다. 최근 3일동안 학교에서 못만난 걸 생각하면 가능성이 없지 않았다. 특히 이렇게 분위기가 어색하다 못해 물과 기름을 섞어놓은 수준이면.

 

"잠깐, 간식 좀 들고 올게. 마실것도."

 

***

 

드르륵.

 

"간식 들고 왔... 왜 그래?"

 

", 아무것도 아니야. 하하, 옷이 흘러서... 좀 큰 가봐."

 

쟁반에 차와 다과, 그리고 다른 (숨긴) 손에 포키를 들고 방에 들어오니 황급하게 무언가를 숨기는 행동을 취하는 미루는 확연히 수상했다. 원래 이렇게 비밀이 많았던가... 17살의 여고생이라 한들, 그에게는 오랜 소꿉친구라 그런자각 자체가 없었다. 저런 태도로 물어본다고 대답해줄 것 같지도 않았고.

 

...

 

영양가 없는 근황 토크, 요즘 시사 이야기를 하다가...

 

"포키데이...말인데. 내일이잖아."

 

"...."

 

이 주제를 꺼내니 방금 전까지 활발하던 반응이 노골적으로 줄었다는 게 느껴졌다. 표정이 조금 씁쓸해지는 건 어쩔 수 없었다. 거부까진 아니여도 이 대화가 거북하게 느껴졌다는 게 눈에 확연하게 보였다. 부스럭, 소리를 내며 뒤에 숨겨뒀던 하얀 종이가방을 테이블 위에 올려두었다.

 

"저번엔 미안했어. 내가 신경을 못 써줘서..."

 

화가 심하게 나서, 이것도 받지 않는다고 하면 속상할 것 같았다.

 

"네가 저번에 좋아하던 ㅁㅁ카페에서, 포키데이 한정으로 초코 브라우니랑 레몬...으븝."

 

건낸 가방 속 상자를 빤히 바라보던 미루가 대뜸, 벗어놓은 옷 사이에서 부스럭거리는 상자를 꺼내 마구 뜯더니, 아키라에게 달려들었다. 가까이 다가와서 손에 들린 과자를 입에 턱 집어넣고는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어보이는상황에 아키라는 당황할 수 밖에 없었다.

 

파삭거리며 입에서 부숴지는 단 맛에 순간 인상이 찌푸려졌다. 엄청 단 밀크초콜렛 포키...

 

"...바보냐고. 바보야?"

 

, 입에 물려있던 포키의 절반 가량을 끊어서 제 입에 집어넣는 소꿉친구는 마구, 그의 볼을 만지작거리거나(이과정에서 고개를 숙이지 않으려고 했다가 얼굴을 찌르는 시선과 서늘한 시선에 굴복했다) 머리카락끝을 잡고 성에 찰 때까지 쥐고 있는, 지극히...익숙하다면 익숙한 일련의 행동들을 보였다.

 

"..."

 

"하교 같이 해."

 

"...?"

 

"디저트 카페 같이 갈 사람 없어."

 

"...."

 

그래도 서운한 건 서운한거였다며 그새 안겨서 볼을 꾹꾹 누르는 상황이 어째 익숙하다면 익숙한 그것이라, 모리 아키라는 웃음을 참지 못하고 입술 새로 흘려보냈다.

 

.

 

.

 

.

 

...가끔은 이런 맛도 괜찮네.

 

그렇지?

 
myosk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