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상 특급 열차(幻想特急列車)
2022. 8. 22.

 

bgm. 아이유 (IU) - 정거장 (Next Stop)

 

기차의 경적이 울렸다.

 

 세상이 온통 파열음으로 가득 차 고막을 가득 채웠다. 손에 쥔 짐가방은 이미 축축하게 젖어있었다. 조금의 시간이면 지워질 자국을 만들면서. 한계 이상으로 제 속에 그득하게 담아낸 것은 가죽 손잡이의 찌걱거림을 따라 통증을 남겼다. 이것이 여남은 것들의 절규임을 모르기 때문이 아니다. 욕심 이상으로 채워낸 것이 꾀할 결과야 뻔했다.

 티켓의 알파벳을 확인하고는 선로 위를 바라보았다. 카가미 미루는 제 이름자를 티켓 위에 새기길 원하지 않았다. 버리고 싶은 이름이라는 이유에서였다. 승무원은 별 일 아니라는 듯이 이름이 비인 티켓을 건네 주었다. 8호차 11A. 카가미 미루는 퍽이나 그것이 마음에 드는 양 군다. 기차 안에서 저를 소개할 새로운 이름으로 삼은 모양이었다.

 

안녕하세요. 저는 8호차 11A석입니다.”

 

 조금 긴 감이 없잖아 있었지만 조곤히 읊는 과정이 싱그러웠다. 버석하게 피어난 얼굴에서 유일하게 제 새로운 이름자를 말할 때에만 생기가 돋았기 때문이다. ()이 바뀌는 순간 치고는 꽤나 소박했다.

 A석은 걸음을 옮겼다. 더는 성을 내지 않는 기차가 다시 한 번 제 왼 고막을 채우기 전에. 짐가방은 무거웠지만, 친절한 객실 승무원의 도움으로 A석은 수월하게 자리에 앉았다. 차창 밖으로 펼쳐지는 철도가 말을 걸었다. 어디에 가시나요? A석은 대답했다.

 

잡아둔 것들을 놓아주러 가.”

 

 

 

환상 특급 열차(幻想特急列車) : 운행 개시

You will always be welcome here.

 

 

 

 객실 바깥은 열차가 출발했음에도 시끄러웠다. A석은 문 위의 커튼을 쳤다. A석이 만들어 나갈 이야기에 타인은 필요가 없었으니까. 이 열차는 적어도 간식을 권유하는 가판대 따위는 없어 다행이었다. 하기사, 승객들이 찾을만한 종류는 아니었다. 환상 특급 열차는 언제나 최고의 서비스를 보장하지만, 승객들이 원하는 것은 대부분. , , 독 따위였으니까. 가판대 위에서 팔기에는 위험부담이 큰 것들. 세계에서 쫒겨난 자들은 그런 것을 원하기 마련이었다. A석은 그것들마저 찾을 이유가 없으니 괜찮겠지.

 차창에 머리를 기대는 멍청한 짓 따위는 하지 않았다. 맞붙은 열기로 인해 떨어질 물방울을 증오하기 때문이다. 바보같이, 자기는 이제 더 품을 온기조차 없다는 걸 모르는가. 알면서 그랬다면 정말로 멍청한 짓은 따로 있는 셈이다. 이제와서 따질 의미도, 사람도 없는. 그래서 A석은 그냥 테이블 위에 엎드리는 것을 택했다. 희게 새어버린 금빛이 펼쳐졌다. A석이 만들어내던 환상의 색이 딱 그랬다. 테이블의 나뭇결이 물었다. 그랬다라니, 이제는 만들 수 없어? A석은 웅얼거렸다.

 

. 반납했어.”

 

 나뭇결은 지혜의 상징이다. 딱 살아온 시간만큼만 영리한 그들은 이 짧은 대사 따위로도 인과 관계를 파악할 줄 안다. 나이테란 그런 것이다. 삶을 온통 침묵으로 물들여서 제 위로 겹겹이 쌓는 것. 나뭇결이 선택한 것은 결국 침묵이었단 소리다. 그러나 그것은 그리 오래 가지 않았다. 또 다시 이어진 파열음이 정적을 몰아냈기 때문이다. 열차가 출발하는 소리다. A석은 지나가는 풍경에게 꾸벅 인사했다. 정말이지, 아무런 감흥이 없는 인사였다. 이름을 주고 떠났으니 더 필요한 건 없다는 듯 하다. 그보다 지금은 앞으로의 무료함을 어떻게 견딜지가 걱정이다. 이전이었다면 잠을 자면 해결될 일이었다. 그러나 꿈조차 환상의 일종이었음을 A석은 얼마 전에서야 알았다. A석이 반납한 것에는 꿈이 있었다. 어쩌면 무한한 가능성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확인할 수는 없다. 열차에 탑승한 이상 뒤로 돌아가는 것은 금기시 되는 일이다. 그것이 열차를 존중하는 법이다. 열차는 항상 우리를 환영하니 우리도 그를 존중해야지. 단지 그 이유 뿐.

 객석은 따스한 양감이 가득하다. 옷걸이는 외투를 벗어두라 마련된 것이겠지만 요근래는 다른 이유로 많이 사용된다 한다. 넥타이를 비롯한 리본, 끈 등을 벽걸이에 걸고, 동그란 것 안에 자신의 목도 건다. 그리고 의자를 발로 차는 것이 마지막 차례다. 원은 그런 매력이 있나보다. 돌아가고 싶단다. 어차피 승객들은 본인이 정한 종착역이 아니면 죽지 않는데, 그럼에도 죽음으로 가는 규칙을 반복한다. 원은 그런 매력이 있나 보다. 순환하고 싶단다. 뒤로 돌아가는 것은 금기임에도.

 테이블 위로 뻗은 A석의 손가락은 으레 그러했듯 제 습관을 반복한다. 짧은 손톱이 테이블 위를 두들긴다. 일정한 간격으로 움직이는 것은 피아노를 치는 모양새다. 우습다. A석은 단 한 번도 피아노를 쳐 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A석은 음악과는 거리가 멀었다. 카가미 미루가 어떠했는지는 모르니 그녀는 포함되지 않는 문장이다. A석이 평생 접한 음악이라곤 평범한 사람이 듣는 정도. 어쩌면 그것보다 반쯤 적을지도 모르겠다. 그래도 군가는 달달 외고 있으니 괜찮다며 투덜댄다. 두들기는 박자가 어느새 그 간격을 따라가는 건 의식의 흐름 탓이다. 원을 갈망하지 않는 A석이니, 이 정도는 할 수 있다. 객관적으로 기다림은 길고 힘이 드는 성질이다. 사람들은 그것을 알아야 할 필요가 있다. 그러면 기약 없는 기다림은 조금 줄어들지 않을까. 물론 A석이 할 말은 아니다. 그녀는 한 사람의 남은 여생을 온통 기다림으로 채우고 떠났기 때문이다.

 따라서 A석은 여정을 헤아린다. 들려야 하는 곳이 하나 있다. 너무 오래 걸리지 않아야 한다. 정차 시간은 그리 길지 않기 때문이다. 다시 돌아와서 열차에 타야 한다. 8호차 11A. 굳이 승무원이 티켓을 확인하는 번거로운 일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그것을 염두에 두면 조금의 여유가 있음을 셈한다. 거기에 해야 하는 일을 더한다. 객석 저편에 밀어두었던 짐가방을 힐끗거리면 흩어진 머리카락들이 다시 한 번 물결친다. A석은 시계를 바라보았다. 바깥의 풍경도 함께 눈에 담았다. 곧 하나의 역에 정차할 시간이다.

 

, 사야겠네.”

 

 

 

환상 특급 열차(幻想特急列車) : 첫 번째 정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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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칼을 구매하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승무원은 그려 붙인 종이 얼굴을 웃는 모양으로 바꿔 끼웠다. 승객분도요? 그 말에 담긴 의미는 쉽게 알아챌 수 있다. ‘죽는 시늉을 할 거면 더럽지 않게 하세요.’ 유감스럽지만 이전까지는 칼을 살 생각이 없던 A석은 그 뜻을 알아듣지 못했다. 그냥 얌전히 장미가 양각된 은제 나이프를 두 손으로 받았을 뿐이다. 칼날 위로 산란한 무지개가 아름다웠다. 이래서 다들 이걸로 동맥을 자르는구나. 제 혈관 안에 무지개를 띄우고 싶다면 효과적인 방법이겠다.

 

덜컹-

 

 그런 상념에 잠긴 A석을 타박하듯 열차가 멈췄다. 바람이 빠지는 소리와 함께 문이 열린다. 지체할 시간이 없다. 열차는 A석의 피가 자신에게 묻는 걸 바라지 않는다며 투덜댄다. 이 역이 자신의 끝마무리인 승객이 내렸다. 그 뒤를 바짝 좆아 문간에 섰다. 한 걸음만 내밀면 하차하는 게 될테지. 그러나 그것은 A석이 원하는 게 아니다. 나이프에 고정했던 시야를 들어 정차역의 풍경을 살핀다. 아름다운 여름의 죽음이다. 이곳에서 마무리를 짓는 이야기는 어떻게 시작할까? 그것이 궁금해질 정도였다. 하늘에는 해가 아닌 사람의 머리가 떠 있었다. 너무 눈이 부셔서 또렷이 바라볼 순 없었지만 끊임 없이 울고 있다는 것 쯤은 알 수 있었다. 해의 눈물이 흐를수록 얼굴의 크기가 줄었다. 본인의 살을 깎아먹는 일임을 알면서도 저 해는 우는 것을 멈추지 않을걸. 그리고 완전히 사라지면 이 역도 자취를 감출 운명이다. 이 역의 정차 시간은 그게 다이다. 서둘러야겠다. A석의 손 끝에서 장미가 피었다. 반납한 것은 이제 없지만, 그것을 사용하던 버릇은 잔존하는 법이다. A석은 음악과 거리가 멀었다. 그럼에도 피아노를 치는 행위를 흉내낼 줄 안다. 보여지는 것에 익숙하기 때문이다. 평생을 걸쳐 몸에 벤 화려함은 우아하게 곡선을 그려냈다.

 

싹둑

 

 색이 바랜 금빛이 흩어진다. 꼭 세월이 묻은 색이다. 나이프가 잘라낸 절단면은 그린 듯 반짝인다. 정차된 현재에서 유일하게 변화하는 것이니까 빛날 수 밖에 없다. 울음을 삼키는 해조차 작금의 광경에 넋을 잃었다. A석이 이루어낸 야트막한 광경이다. 한 때 구원자로 불리던 자의 행보이다. 그런 것들 따위 신경쓰지 않고, A석은 잘라낸 머리카락을 하차시켰다. 계단 아래로 흩뿌렸단 뜻이다. 이제 그것은 거기에 머무를 것이다. 오랜만에 짧아진 머리카락이 어색한 듯 A석은 뒷목을 매만졌다. 그리 오래 걸리진 않았다. 나이프에서 피어난 장미덩쿨이 손가락을 휘감기 전에 그것마저 열차 밖으로 집어던져야 했기에. 칼 끝에서 산란한 무지개가 바닥 위로 흐른다. 유독 짙은 푸른색이 장미덩쿨 위로 스며든다. 푸른 장미, 여름에 딱 어울리는 색이다.

 

너는 여기에 놓아주는 게 맞겠다.”

 

 열차의 이 편에서 열차의 저 편에게 읊었다. 금빛에게서의 회신은 없었다. 말했듯이, 그건 열차에 대한 존중이 아니니까. 규칙을 다시 상기시키듯, 열차는 제 멋대로 문을 닫았다. , 놀란 눈을 한 A석의 비명이 이어졌지만 열차는 아랑곳하지 않았다. 볼 일을 마쳤으면 객실로 돌아가라는 부드러운 경고다. 여름은 그렇게 열차를 떠났다.

 

 

 

환상 특급 열차(幻想特急列車) : 두 번째 정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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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석은 초조했다. 내려야 할 때가 지났는데 도저히 열차가 멈추지를 않았기 때문이다. 아무래도 멋대로 머리카락을 자른 일에 단단히 화가 난 듯 하다. 하기사, 그대로 팔았다면 높은 값을 치렀을 것이다. 그런 색은 보기 드물고, 아름답고, 신이 사랑하는 색이니까. 자신의 마무리를 조금 욕심내는 승객이라면 흔쾌히 값을 지불하고도 남았겠다. 그렇지만 A석이 원하는 것은 그저 조금 더 여유 있는 정차 시간 뿐이다. 그것은 일반 승객이 치를 수 있는 값이 아니다. 유일하게 그것을 줄 수 있는 주체인 열차는. 머리카락이 A석에게 있는 것을 더 바랐다.

 A석은 멋쩍게 웃음지었다. 짧은 단발을 손으로 흩으며 노래를 흥얼거렸다. 열차가 화를 풀어주길 바라는 행동이다. 조곤한 음율과 함께 열차는 제 스스로 차창을 들썩이며 박자를 맞추었다. 마음에 든 모양이다. 노래가 끝이 났을 때, 열차는 그제서야 올바른 선로를 따라 달리기 시작했다. 그것을 확인한 A석은 객석 깊숙이 몸을 묻었다. 열차가 제 길을 찾았으니 도착은 금방이다. 짐가방의 손잡이를 매만졌다. 아까의 습기는 전부 사라진 지 오래다. 가죽 특유의 누린내가 올라온다. 여행이 끝나면 다른 주인을 만나게 해줘야지, 그리 생각했는데. 이 냄새로는 역시 무리겠다. 다독이듯 손잡이를 쥐어잡는다.

 

덜컹-

 

 그와 동시에 열차가 멈추었다. A석은 낑낑대며 짐가방과 함께 객실을 벗어났다. 티켓 확인 따위는 필요 없었다. 그새 종이 얼굴을 갈아 낀 승무원이 다리에 연을 휘감은 승객을 배웅하고 있었다. 이윽고 승무원은 A석에게 물었다. 아예 하차하시나요? A석은 대답했다.

 

아니오. 돌아올 거예요.”

 

 계단을 한 칸 내려가자 앞서 있던 승객이 사라졌다. 두 칸 내려가자 풍경이 바뀌었다. 정차역은 늘 그렇다. 단순히 A석에게 배정된 장면이 펼쳐질 뿐이었다. 마지막 세 칸을 전부 밟자 열차가 간 데 없이 사라졌다. 그럼에도 A석은 뒤돌아보지 않는다. 열차를 존중해야 하니까.

 바스락거리는 풀내음이 이어진다. A석은 차오르는 것을 꾸역꾸역 삼켜냈다. 얼음을 나르는 사람들은 얼음의 온도를 잘 잊고, 대장장이는 불의 온도를 잘 잊는다. A석은 환영의 온도를 잊었다. 그래서 이 꽃들이 전부 실제처럼 느껴졌다. 펼쳐진 설원 위에 방울진 꽃송이들이 A석을 환영했다. 그럴 수 밖에, 이 꽃들은 전부 A석을 위해 심어졌는걸. 기다림을 억지로 부여받은 사람이, 기다림을 억지로 쥐여준 사람에게 한 약속이니까.

 스노드롭은 사근히 제 꽃잎을 털어낸다. 꽃잎 위로 얹혔던 그리움을 전해주는 행위이다. A석은 그 감정들을 애써 무시하며 짐가방을 들고 걷는다. 무시한 줄 알았던 그리움은 하나 둘 짐가방 위를 타고 오른다. 결국엔 쿵, 짐가방은 땅과 닿아버렸다. A석은 깊은 한숨을 내쉬고는 말했다.

 

조금만 더 갈게. ?”

 

그리는 것은 순순히 길을 비킨다. 그리움의 주인은 A석의 말을 거부하는 법 따윈 모르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A석은 물론 그를 알기에 발화했다. 그리고는 다시 짐가방을 나름에 열중하는 모습이다. 스노드롭은 꺄르르 웃으며 제각기 희망을 노래했다. 퍽이나 예전 A석과 닮았다. 저절로 A석의 입가에도 미소가 지어졌다. 발자욱은 더 깊은 모양으로 눈 위에 남겨지고, 걸음걸이는 점점 빨라지기 시작했다. 마침내 오두막이 보일 때 까지 눈밭은 A석의 흔적을 고이 보관하는 데 열중했다.

 딱, 주인 같은 집이다. A석은 그렇게 생각했다. 스노드롭 꽃밭 사이로 소담한 오두막집이 자리했다. A석은 그 모습을 한참 감상한다. 그리움들은 A석의 주변을 맴돌며 제 주인을 애타게 부르짖었다. 여기 있어요. 그녀가 왔어요. 주인님. 나와보세요. A석은 입술 위로 손가락을 올리곤 가만 그리움들을 달랬다. 쉬이-, 그리움들은 A석의 말을 무시하는 법을 모른다. 제 주인이 그랬기 때문이다. A석은 역시나 그것을 알고 발화했다. 참 멋대로인 사람이다.

 짐가방이 꽃밭 위로 내려앉고, A석은 지퍼를 풀어낸다. 온통 조용한 사위에 지퍼 풀리는 지익, 소리가 울린다. 스노드롭들마저 어느새 재잘거리기를 멈추고 짐가방 안을 궁금해한다. A석은 제 배를 가른 짐가방을 들어올린다. 그리고는, 그대로 뒤집어 쏟았다.

 

와르르-

 

 금빛의 톱니바퀴들이 우르르 쏟아졌다. 끊임없이 흘러내린다. 두서 없이 섞였다. 크고 작은 모양들이 맞물리기를 포기하고 그저 추락한다. 시계의 부품에서나 볼 법한 것들이다. A석은 한 때 나마 시간을 재는 자였으니 이 톱니바퀴들은 결국 A석을 구성하던 것 일테다. 톱니바퀴 하나가 데구르르, 굴러가다 A석의 발치에 멈췄다. 유독 금색으로 다정하게 빛나는 아이였다. 그리움들은 하나같이 절규를 토하며 위로하듯 톱니 위로 달라붙었다. 서글픈 장면이다. 그럼에도 A석은 울지 않았다그 풍경을 뒤로하고 발걸음을 돌린다. 정차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서둘러야 한다. A석은 마지막으로 오두막을 눈에 담는다. 그리고는 이렇게 말했던가.

 

약속 지켰어요.”

 

 왔던 길을 되짚어 가는 A석의 뒤로 금색 톱니바퀴들이 떠오른다. 제각기 사랑스런 빛을 품은 것들은 그 모양이 꼭 반디같다. 그에 의아함을 느꼈을까. 오두막 문이 급하게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 A석에게도 들릴 정도로 큰 소리였다. 그렇지만 A석은 뒤돌아보지 않았다. 열차에 대한 존중을-.

 ⵈ. A석은 달렸다. 시시각각 장면이 변화한다. 너무 빠른 속도에 전경이 채워질 시간이 충분치 않았던 탓이다. 울렁이는 화면 끝에 들렸던 것은 미루야, 그 울림이었던가. 그러나 덧없다. A석은 이미 열차에 탑승했기 때문이다. 제 모든 구성을 꽃밭에 남겨둔 채로. 열차는 지체없이 출발했다. 이 곳은 열차의 환상과는 근본부터 다른 구역이기 때문이다. 타인의 환상은 적어도 열차가 오래 머물기엔 버거운 법이다. 그러니 안녕. 안녕이야.

 

 

 

환상 특급 열차(幻想特急列車) : -

Have a good rest of the day.

 

 

 

 더 볼 것이 남아 있나요? ()이 바뀌는 순간은 소박하니 보실 것도 없을 거예요. 환상특급열차의 운행은 이것으로 종료합니다. 아쉬우실 분을 위해 몇 가지 소리를 곁들이자면 ! 아니면 와그작? 충돌에서의 타격을 줄이기 위해서는 최대한 가벼워지는 게 중요하죠. 그녀는 충분히 훌륭한 승객이었고, 들고 탑승한 모든 짐을 적재적소에 버려두었습니다. 소멸의 순간은 잔인하지만 다정했어요. 별 다른 거창한 수식언은 그녀가 원하지 않았으니 생략합니다. 다만 한 가지 말씀드릴 게 있다면, 적어도 울지는 않았어요. 담대하게 받아들였죠. 그녀가 보여준 모든 행동은 다른 승객들의 귀감이 될 거예요. 물론, 부딪혀 망가진 부분을 전부 수리한 후에나 운행을 재개할 수 있겠지만요. 그리 오래 걸리지는 않을 겁니다. 누구나에게 마무리는 필요한 법이고, 우리 열차는 그를 위해 노력할 뿐이죠. 그럼 이만 말을 줄일까요?

 

 

 

 

 

좋은 하루 되세요!

 
myosk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