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시의 도밍게즈' 카가미 미루, 8월 특별 인터뷰.
2022. 8. 19.

 

Q. 대본을 받고 처음 든 생각은 무엇인가.
  새로운 저를 만날 수 있겠구나, 싶었어요. 어쩌면 조금은 무서웠던 것 같아요. 10년간의 세월을 연기해야 했으니까요. 도밍게즈에서의 10년을 전부 살아내고 나면, 저는 다시 제 자신으로 돌아올 수 있을까? 그런 걱정이 들었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도밍게즈의 미루가 저를 부르는 듯한 느낌이 들어서... 놓칠 수 없었어요. 그녀의 인생을 살고 싶었달까요.(웃음)

 

  지금 생각하면 오디션에서 떨어지면 어쩌려고 저런 생각을 했나 싶어요. 그 때는 제가 떨어지면 영화도 보지 않겠다고 선언했을 정도라니까요. 욕심났어요. 운명이었죠.

Q. 배우가 해석한 역할의 성격과 연기 포인트가 있다면
  사실 감독님께 혼이 많이 났어요. 가장 많이 들은 말이 '계속 그렇게 네 하고 싶은 대로 할거야?!' 였으니까요. 물론 감독님께서도 저를 아끼니까 해주신 말씀이시겠지만... 글쎄요. 대본에 의미가 있었나? 싶을 정도로 정말 하고 싶은 말, 하고 싶은 행동. 전부 했던 것 같아요. 그냥 제가 '카가미 미루' 그 자체가 되었었죠. 중간부터는 그냥 대본 없이 촬영한 씬도 몇 돼요.


  그러니까... 그게 미루가 아니었을까 해요. 솔직히 제 멋대로잖아요? 하고 싶은 건 모두 해야 직성이 풀리고, 모두의 사랑을 받고 싶어하고. 그리고 그렇게 구는 게 밉지 않아야 했죠. 적당히 선을 넘되 눈치를 계속 봐야 했어요. 어디까지? 어디까지 괜찮아? 자신의 인생과 줄타기를 계속 해야했죠. 그 아이가 숨기고 있던 진실이 그랬잖아요. 허락받지 못한 삶을 사는 이들은 으레 그럴 수 밖에 없었겠죠.


  연기에 공을 들인 부분은 꽤나 많아요. 그게 다 티가 날 지는 모르겠지만요. 가령 독백의 경우, 미루는 일관되게 존댓말을 사용하던 캐릭터임에도 발화하듯 자신의 감정을 전달할 때에는 반말을 사용했어요. 솔직함을 표현하기 위해서는 그게 좋겠다고 생각했거든요. 아슬하게 선을 넘는 포지션에도 잘 어울렸구요. 쉬어가는 호흡을 잘 사용했다는 표현도 들었네요. 맞아요. 호흡에 묘사를 열심히 했던 것 같아요. 일관되게 말하는 것이 아니라, 들이 쉬는 숨 마저 감정이 담기기를 바랐어요. 걸음걸이, 말투, 행동, 표정, 그 모든 걸 재치고 숨을 제일 공들였다는 게 믿겨지세요? 이상한 것에 꽂힌 편이었죠.(그녀는 이 부분에서 웃음을 숨기지 못했다.)

Q. 연기 경력과 캐스팅 된 이유를 본인이 말해본다면
  경력은 그리 길지 않아요. 아시다시피. 배우로 전향한 지도 얼마 되지 않았죠. 제가 캐스팅 된 이유요? 사실 뭐 별 거 있을까요. (필자는 이 순간 그녀의 이런 표정을 보았단 것이 놀라웠다.) 남자주인공 역이 워낙 확고했고, 그 캐릭터를 녹이기 위해서는 강단 있는 여배우가 필요했다고 하셨어요. 우연이죠. 감독님께서도 제가 이렇게까지 잘해줄 지 몰랐다고 하셨을 만큼요. 생각보다 '아, 이 친구가 아니면 안되겠다.' 같은 멋있는 비화는 없어요. 잘 어울릴 것 같았고, 생각 이상으로 잘해줬고. 그 뿐이에요. 시시하죠?

Q. 팬들의 반응이 엄청났다, 작품이 공개되고 나서 배우들과 만나 이야기 나눌 기회가 있었는지?
  (그녀는 한참을 말을 고르다가 얼굴을 새빨갛게 물들인 채로 대답했다. 엉뚱한 곳에서 신중한 편이라던 말이 이렇게 체감되는 경험은 오랜만이었다.)함께 촬영한 배우들과는 전부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어요. 부득이하게 하차하신 분들을 제외하면 함께 모여 노는 단톡방도 활발합니다. 워낙 몇 년을 함께 가족처럼 지냈다 보니까 이제는 허물 없이 잘 지내는 게 당연한 것 같아요. 서로 커피차도 보내주고, 카메오 출연도 해주고(웃음)

 

  (그러고 보니 유독 '12시의 도밍게즈' 출연진의 카메오 출연이 잦다. 서로 자원이라도 하는가) 자원...도 가끔은 하는 것 같고요. 보통은 먼저 컨텍을 해주시죠. 아무래도 비즈니스와 사생활의 애매한 부분에 얽힌 문제다 보니까요. 그래도 들어온 요청은 왠만하면 다 수락하는 것 같아요. 친분 과시? 뭐 그런 거죠. 네, 저희 친해요.

Q. 오디션 과정을 좀 소개해 준다면
  아하하, 정말 별 거 없었다니까요. 외적인 면으로 캐스팅 되었다 보니... 오디션 장에서 대본을 외던 순간보다는 나서서 여러 장면의 표정을 연기하던 순간이 길었어요. 사랑스럽게 보이고 싶었고, 감독님이 절 사랑해주시길 바랐어요. 그 순간 만큼은요!


  그런 제 열망이 마음에 드셨을까요. 능숙하게 표정을 감추지 못했던 부분에 후한 점수를 주셨었어요. 당시의 제 반응이요? 이게 욕인지 칭찬인지 헷갈려 했었죠. 배우라면 그래선 안되는 거 잖아요? 그 모든 게 연기였다면 칭찬이었겠지만 안타깝게도 저는 미숙했고, 감독님은 프로셨죠. 큼, 사실은 집에 가서 조금 울었어요. ...아주 조금요.

Q. 제베 감독의 영화연기에 도전하는 부담감은 어땠는지, 이루고자 했던 목표가 있었다면
  부담감... 사실 제 감독님께서 정말 어머니처럼 굴어주셔서... 앞서 말했듯이 잔소리도 많이 해주시고(정말 엄마 같았다며 인상을 찡그렸다.) 타박도 일쑤, 화도 곧잘 내셨고요. 그래서 사실... 이건 비밀이지만 저도 감독님을 '엄마'라고 불렀고, 감독님도 저를 '딸래미'라고 부르셨었어요. 그렇게 으름장을 놓으시면서도 꼭 붙이시던 말씀은... "너 하고 싶은 거 다 해라!" 였고요. 네... 뭐, 정말 하고 싶은 걸 다 했어요. 영화를 보시면 아시겠지만요.


  그래서 사실, 부담감이랄 건 금방 사라졌었어요. 제가 어떤 짓을 하던 전부 받아주셨거든요. 즉석에서 각본을 뜯어고치는 한이 있더라도! 그 때 느꼈죠. 나... 정말 다 해도 되는구나! (후에 그녀는 이 부분에서 감독님께 심심한 사과를 전한다고 꼭 적어달라 요청했다.)


  ...목표라기엔 소소하지만, 사실 저는 남자주인공 역할과는 다르게 처음부터 모든 진상과 기믹, 복선을 알고 시작했어요. 모든 시리즈의 결말을 알고 시작한 배우는 저 하나였을걸요? 이왕 그렇게 된 김에 복선을 많이 깔고 싶었어요. 나중에 돌이켜 보면 '아, 얘가 이래서 이랬구나.' 소리가 나올 수 있게끔요. 그래서, 몇 번이고 재탕할 수 있는 영화를 만들고 싶었습니다. 아는 만큼 보이는 영화. 재미있잖아요? 어떤가요? 저 성공했나요?

Q. 영화가 공개된 뒤 주변 사람들의 반응은?
  1부가 공개되었을 때는... 다들 그랬죠. '다음 편 어떻게 되는데?!' 하하, 정말 웃겼어요. 제가 말할 수 있을 리가 없잖아요? 2부가 공개되고는 반응이 조금 달랐어요. '3부 언제 나오는데?!' 였던가... 정말이지... 다들 관심을 많이 가져주는구나~ 했었죠. 그 와중에 언제 사귀냐고 물어보는 친구도 있어서 정말 놀랐어요. 몇몇은 실제로 제가 연애중인 줄 알고 말조심을 하고 다녔다 실토하기까지 했다니까요! 


  ...뭐, 당시에는 아니라고 극구 잡아 뗐지만요. 미안하다 친구들아. 너희가 맞았다.(웃음) 관객의 감은 예리하더라고요~.

Q. 가장 공들여 연기한 장면이 있다면.

  이건 정말... 이견 없이 3부의 마지막 장면 아니었을까요. 연기 하면서도, 대본을 읽으면서도. 정말 제 자신을 멈추고 싶던 순간이었어요. 당장이라도 목을 조르고 입을 틀어막고 싶었는데... 그 순간만큼은 그게 안되더라고요. 씬이 끝나고서도 한참을 울었어요. '미루'가 느꼈던 모든 감정을 오케이 사인이 떨어지고 난 후에야 털어낼 수 있었어요. 그 장면은... 아키라를 떠나보내는 그 순간 만큼은. 감정적이어선 안됐었거든요.

 

  감정선을 잡는 것도 어려웠어요. 대본을 읽으면서 '엄마'(감독님)와 많은 상의를 했었어요. 가지 말라고 떼 쓰는 게 어떠하냐 물어보셨을 땐 저절로 고개가 저어졌죠. '그렇다면 네가 직접 대사를 써 와 보라' 하셨을 때는 잠시 멈췄던 것 같기도 해요. 정말로요? 진심이세요? 그 소리가 목 끝까지 치밀어 올랐지만... 왜 그런 말씀을 하셨는지 알 수 있겠더군요. 어차피 주어진 대사로 연기해 봤자, 제가 동하지 않으면 엉망이 될 걸 그간의 경험으로 너무도 잘 알고 계셨던 거죠. 하하... 진짜 이런 배우를 데리고 4부작을 이끌어주신 감독님께 감사해요.

 

  ...뭐, 써 갔어요. 감독님의 앞에서 멋지게 시연도 했죠. 단숨에 오케이를 받았고, 카메라 앞에 서기까지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어요. 내가 쓴 나의 대사였기 때문에 어느 부분에서 어떤 표정을 지어야지, 어떻게 이야기 해야지. 어떤... 숨을 쉬어야지. 전부 자연스러웠죠.

 

  ...그래서일까. 씬에 돌입한 후 감독님이 '아키라'에게 제가 쓴 대본을 보여준 후 똑같은 과제를 주었단 걸 알게 되기까지는 얼마 걸리지 않았어요. 아직도 그 때만 생각하면 힘드네요. 맞물리듯 들어간 대사와 서로의 비유들이 아름다웠어요. 단 한 번의 NG도 없이. 첫 장면이 그대로 쓰였다면 믿겨지시겠어요? 다시 그리 하라하면 저는 못할 것 같아요. 정말이지... '미쳤었다'는 표현이 맞아요. 가장 사랑하고, 가장 아끼는 장면이죠. 제 모든 미래를 합쳐도요.


Q. 핑크빛 소식이 들렸다. 상대의 어떤 점에 반했는지 살짝 알려줄 수 있나.

  ...해서, 이런 질문은 회사와 상의 후에 하시는 건가요?(웃음) 기껏 열심히 요리조리 피했는데~ 결국 마지막 질문이 이렇게 들어오네요. 그쵸. 사실 안 물어보실 수가 없는 주제죠. 발표된 지는 얼마 되지 않았지만... 만남을 시작한 건 영화를 찍던 도중이었으니까요. 어떤 점에 반했냐고 물으셔도... 아이참. 부끄럽네요.

 

  (편하게 대답해주세요.) 진심이세요? 전혀 편한 질문이 아닌데도요! 하하! 좋아요... 어디가 좋았냐고 한다면... ... 제게만, 보여주시는 모습들이 좋았어요. 으... 이거 모리씨에게는 안 들어갔으면 좋겠는데요.

  (그럴게요) ...하지만 결국 보게 되실 걸 알아요. 모리씨, 저 이렇게 인터뷰에서까지 당당하게 말 할 정도로 당신을 사랑하니까요. 부디 이 지면이 흑역사가 되지 않기를 바라요... 제발요...

  (...생각보다 많이 좋아하시나 봐요.) ...응, 맞아요. 다시는 이런 사람이 제게 없다는 것 쯤은 애진작에 깨달았을 정도로요. 같이 걷는 걸음을 항상 맞춰주시니까. 적어도 누구 하나의 다른 템포로 어긋날 관계는 아니겠구나. 싶어요. 그런 사소한 점들이 정말 좋아요. 여러분이 어떻게 봐주실 지는 모르겠지만... 저희 정말 예쁘게 사랑하고 있으니까요. 부디 귀엽게 봐주셨으면 좋겠어요. 다들 감사합니다. '12시의 도밍게즈'는 그렇게 끝났지만, 감히 제게 조금의 배역을 더 허락해주십사 빌어본다면... 미루와 아키라의 사랑은 이제부터 시작이니까요. 잘부탁드려요. 과거에도, 지금에도, 앞으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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